쉼과 나아감에 대하여 - 마릴린 폴

Sabbathtical
독일에서 근무한지 얼마 안되었을때 동료중에 백금발머리의 덴마크에서 온 Roosa라는 친구가 있었다. 앤디 언제 시간되냐고 묻길래 가능한 타임슬롯을 회신했더니, Roosa’s farewell lunch라는 제목의 모임요청이 왔다. 직접 묻지는 못하고 로사 어디 가? 퇴사하는거야? 라고 주변 동료들에게 물으니 “She’ll have sabbastical”라고 했다. 사바스띠까? 하며 못알아듣고 스펠을 물어 검색해보니 “안식년” 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왜 나는 sabbastical이라는 단어를 몰랐을까? 잠시 생각해보니, 우리한테는 그런게 없거든!
왜 유대교, 유대인들에게만
지난해 긴 휴식을 경험하면서, 쉬는건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많이 고민했다. 처음 일부기간은 여행을하며 시간을 보내느라 휴식이라고 할게 없었고, 돌아와서 며칠 지내보니 정말 혼란스러웠다. 그때 내 오랜 친구는 해야될걸 하고있으면 그건 쉬는게 아니라고 조언해줬다. 하고싶은걸 하는게 쉬는거라고. 그게 무슨 뜻인지 알기까지는 몇달의 시간이 더 걸렸다. 내가 하고싶은걸 하면서도 해도 되는지 의심하는걸 막기는 힘들었다. 그래도 매일 내가정한 루틴 안에서 하고싶다고 느끼는것들을 예민하게 찾아나갔다. 한참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내가 살아온 내내 ‘압박‘을 받으며 지냈다는걸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재미있는건 나는 압박이라는건 없는 듯 겉으로는 자유로워보였고 누구도 나에게 직접적으로 압박을 준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 압박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려준 이도 없었으며, 쉬는방법을 모르는건 어찌보면 당연했다.
sabbath, 안식 혹은 휴식에 해당하는 이 단어는 유대인들이 사용하는 히브리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들은 안식일을 철저히 지키는 종교와 결합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저자 마릴린도 어릴적 부모로부터 배운 안식에 대한 습관을 잊고 지내다 구원자처럼 찾아온 친구의 안식일 저녁만찬에 초대되면서 어렸을때 배운 안식일을 상기하게 되었다고 한다.
유대인들의 경전과 철저한 생활방식은 비 유대인에게도 많이 알려져있다. 오랜기간 핍박받아온 그들은 스스로를 지키기위해 대를 이어 철저하게 교육하는것으로 전해졌으리라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에도 비슷한 가르침과 지혜들이 분명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시대를 넘어 많은이들에게 읽히고있지는 않는게 현실인듯 하다. 그래서 유대인들의 교육문화가 부럽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쉼없이 살아간다. 독일에서 일하며 느꼈고, 휴식을 공부하고 돌아간 지금 사무실에서도 피부로 느낀다. 무언가에 홀린듯 경쟁하고 서로를 채찍질한다. 주변 동료들에게 휴식을 계획해야한다고 스스로 챙기지 않으면 언젠가 놓치게되며 그게 번아웃이라고 자주 이야기하지만 공허한 외침인걸 잘 안다. 그래서 나라도 지키기 위해 몇가지 원칙을 세웠고, 일부는 지키지 못하지만 꾸준히 지켜나가고 있다. 이 책은 내가 지난 몇개월간 생각했던 바와 많이 닮아있다. 그래서 선택했고 3월의 어느 오아시스데이에 이 책을 완독할 수 있었다. 오늘 나는 매우 풍요롭고 행복하다.
오아시스 데이
휴식을 갖는 시간을 저자는 오아시스같다고 표현했다. 적절한 표현이며 격하게 동의한다. 오아시스를 거치지 않고 사막을 건널 수 없는 것은 당연한데 우리는 무모하게도 오아시스를 그냐야 지나치면서 사막을 건너려고 시도하며 산다. 쉼은 반드시 필요하며 계획해야하는 대상이다. 쉼을 계획하지 않으면 당면한 욕구들에게 치이게 되며 악순환을 낳는다.
책을 읽다가 내 방에 걸린 그림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오아시스’ 그림. 인터넷에 오아시스 액자라고 치니 밴드 oasis가 먼저 나오는 바람에 아직 주문은 못했지만, 잊지않고 살기위한 토템을 하나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지속가능성.
Sustainability는 모든면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쉼 역시 그 대상이며, 작가 마릴린도 주변에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해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여럿 적었다. 언제 쉬고 언제 끝낼것인지를 계획하라는 조언, 몸/마음의 느낌을 예민하게 캐치하라는 조언, 디지털기기를 멀리하라는 조언에 동의한다. 내가 요즘 하는 노력들과 닿아있는 모습들을 보며, 내가 잘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할 수 있었다.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였는지 확실히 생각나지 않지만, 작년1월 너무힘들어서 시작했던 ‘명상‘, ’마음챙기‘에 대한 교육 영상이 있다는것을 기억한다. 지금 하고있는 노력들과 더불어 마음챙김 교육을 다 들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서평을 마무리한다. 주변에 힘들어하는 동료들과 친구들에게 마릴린의 이야기들을 권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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