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의 역설 - 가나자와 사토시
최근 정치적 갈등이 심해지는 사회상황을 보면서 ‘지능’이라는 단어를 자주쓰는 나를 발견했다. 누군가 처한 상황에 대한 공감없이 본인의 이득만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자들을 보면서 불쾌감을 느꼈다. 공감해주는 능력은 정서’지능’에 의존한다는 이야기를 어디에선가 들었다. 세월호에서 수백명의 사람이 목숨을 잃어도, 이태원에서 또래 친구들 수십명이 사고를 당해도 같이 슬픔을 나누기보다 본인 살 길을 찾기위해 분투하는 자들을 보며 나는 분노감이 들었다. 그들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자들이라고 그럴수 도 있다고 외면했지만 사실 많이 슬펐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내 주변에 나타났을땐 일면식 없는 정치인들이 그랬을때보다 몇 배는 더 슬펐다.
대학생 시절 언제쯤 아이를 갖는게 좋을까 고민해봤었다. 당시 결론은 내 아이가 어떤 장애나 문제점을 안고 태어나도 감당할 수 있을정도로 성숙한 내가 되었을때 정도면 가져도 되겠다는 것이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런 날은 오지 않는것이 자명하다. 아무리 성숙한 인간이라도 그런일이 생기면 형언할수 없을만큼 괴로울 것이다. 다만 어떤일이 발생하더라도 그 일을 받아들일 뿐이다.
내 삶의 궤적을 보면 이런 일들의 연속이다. 사회에 발을 내딛고 선택해온 내 자취를 보면 흥미로운것들을 쫓아 다녔고, 불필요한 많은 고민들을 하며 지냈다. 친구 아무개는 이런 날 보며 영혼이 자유로운사람이라며 부러워했지만 지금 내 모습을 보면 책 12장에 나오는 ‘인생에 실패’한 모습이다. 앞뒤로 배치된 이 책의 소단원 제목들도 나랑 똑 닮았다. 왜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술을 많이 마시고,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신을 믿지 않으며 진보적인 가치관을 갖고있을까 하는 저자의 질문이 재미있어 책을 읽게되었다.
사바나 원칙을 기반으로한 저자의 가설은 인류가 등장한 플라이스토세(Pleistocene)에 살던 우리 조상들의 환경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이나 상황은 우리가 잘 이해할 수 없으며,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반지능은 ‘예외적이고 우발적인 상황’에 대해 적응하는것을 목표로 진화해왔다는 관점을 제시하며 높은 지능은 새롭고 흥미로운것들을 향해있다고 한다. 그러니 인류의 궁극적 목적이라고 볼 수 있는 번식 외에 다른것에 관심이 많고, 복잡한 클래식음악이나 술/담배등을 좋아하는 경향성도 보인다는 것이다.
지능은 피부색이나 체중, 혈압같은 각자가 갖고있는 고유의 특성이라고 서두에서 설명한다. 유전적 형질이며 X염색체를 기반으로 할 것이라고 추정한다고 한다. 현 시대는 지능이 높은자들이 많은 부를 차지하고 살아남기 유리하다. 그러나 그들은 자녀를 많이 갖지 않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그의 가설이 쏙쏙 들어맞아서 재미있으면서도 내 운명도 이미 결정되어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떤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꾸려갈지 미지수로 남아있고, 여전히 내가 어떤 선택을 할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이미 내 취향은 정해져있고 이를 찾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특별히 지능이 높다고 생각해보진 않았다. 지능검사를 하는 웹사이트에 들어가 소요시간을 보고는 시도해 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난 여전히 다른사람들과 더불어 잘 살고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산다. 본인만 잘 살겠다는 철학이 거부감든다. 또 클래식음악을 좋아하며 자주 취해서 술주정을 부리곤 한다. 나에게 주어진 형질을 이해하고 나와 다른자들조차 이해하며 재미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책 마지막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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