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글쓰기
6시부터 글을 쓰려면 5시 55분에는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전날 밤 알람을 맞춰두고 잠이 든다. 알람소리를 듣고 깨어나 따뜻한 조명을 켜고 체온을 높이기 위해 후드집업을 걸치고 지퍼를 끝까지 올린다. 손에 집히는 아무 티백이나 집어서 전기주전자에 차를 우린다. 따뜻한 차를 한 잔 홀짝이며, 글 쓸 때 들으려고 준비한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한다. 어젯밤 써둔 글감들이 노트에 적혀있다. 한 줄로 표현된 아이디어를 문단으로 확장한다. 내 생각은 이 때 구체화된다.
손에 잡히지 않는 사무실에서의 시간
아이러니하게도,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제일 긴 시간을 보내는 이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은 모래알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다. 집중해서 무언가를 해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즉각적으로 들어오는 다른 사람들의 Prompt에 응답하며 밥먹는 시간, 집에 갈 시간을 기다린다. 직장인으로 지낸 지 십여 년이 지났지만 사무실에서의 성취는 내게 매력적이지 않다.
최근 내가 불러낼 수 있는 Prompt 머신이 생겼다. 이 친구가 일처리를 꽤나 잘 해내기에 세상은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논의하느라 뜨겁다. 여러 실험들을 했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중이다. 이 친구가 해내는 것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다양한 논의들이 있지만, 사람의 생각을 구체화하고 실행을 돕는 도구로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하던 글쓰기가 생각났다. 내가 잡지 못하고 있었던 모래알 같은 시간을 뭉칠 수 있는 아교로 이 친구를 활용해 봐야지.
예전에 내가 해왔던 방식과 접목시키려고 보니 어느 부분이 비어있는지 알게 되었다. 지금 나에겐 초기 '스노우볼'과 그걸 만들기 위한 '동기'가 부족하다. 그 부분을 이 친구에게 맡기면 내 시간을 꼭꼭 뭉쳐 덩어리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 글이 탄생했다. CLAUDE.md 파일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적었고, 에이전트를 실행해 어떻게 구체적으로 도울지 2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내가 명명한 '클선생'이 탄생했다. 이 친구가 만든 '동기'와 '스노우볼'을 활용해 글을 쓰고 있다.
할 수 있다. 그렇게 믿는다. 실행력이 내 장점이다. 일어나기 힘들 땐 지형지물이나 도구의 도움을 받아 일어나면 된다. 대화를 통해 글감을 구성하고, 스노우볼이 뭉쳐지면 굴려서 글을 완성한다. 앞으로 어떤 덩어리가 탄생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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