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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적평가/서평, 독후감

(서평)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최인아


저자가 원했던 책의 원래 제목은, 무조건 세상에 맞추지 말고 네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이였다고 한다. 본문에는 그 사이에서 분투했던 저자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채용하는 기업이 많지 않아 본인을 받아주는 회사에 입사했고, 대단한 꿈이 있어서가 아니라 대안이 없음을 받아들였다는 그는 삶의 여러 순간에서 본인이 가진 능력을 느끼고 그걸 세상이 원하도록 하기 위해 시간을 밀도 있게 채워간 듯하다.
이 책이 자기계발서 영역에 꽂히기를 희망하지 않았던 그는 이 책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강연에서도 일반론밖에 이야기할 수 없다는 문장으로 미루어 짐작건대 다른 이에게 본인 삶을 하나의 사례정도로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까 싶다.

‘그랬지요‘
문장에서 보이는 각자의 Personality가 있다. 나는 간결하고 단단하게 이야기하는 게 좋다. 최인아 님의 문장은 대게 ‘요‘로 끝나는데, 카스테라 빵처럼 부드럽게 느껴졌다.
나는 스스로 꼰대라고 느꼈던 기억이 있어서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후배들이 내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하고 맥락과 이야기를 가다듬었다. 그런데 주변 다른 이들은 그다지 그런 고민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최인아 님은 후배들에게 본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해왔다고 한다. 글과 그의 문체에서 다정함을 느낀다. 사려 깊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주변인에게 인정받고 조직의 첨단까지 올라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한 직장을 29년
많은 이 책 소개글이 그녀의 제일기획 임원 경력을 주요 세일즈 포인트로 잡고 강조한다. 그래서 반감이 있었다. 내가 체험한 대기업 임원들로 짐작해 보면 그다지 멋지다는 생각이 안 들기 때문이다. 총명한 판단력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갖추고 부하직원들에게까지 인정받는 임원을 상상할 테지만, 내가 본 세상에선 “인간은 자신이 무능하다는 것이 증명될 때까지 직위가 올라간다.”라는 피터의 법칙이 온전히 적용된다.
그의 문장들은 대기업에서 임원이 되었기 때문에 가치 있는 게 아니라 본인의 주관을 가지고 밀도 있는 시간을 보냈고 지금 그 결실을 맺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 책 소개글을 쓴다면 남들과는 다르게 적고 싶다. “주어진 시간을 본인의 것으로 만들었던 성공한 책방주인의 이야기.”

내 일의 의미는 내가 부여한다. 회사일을 하는 게 아니라 내 일을 하는 것
조금만 집중을 놓치면 회사일이라는 게 본인의 삶을 삼켜버린다. 노예의 일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싶으면서도 그녀의 이야기는 울림이 있었다.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 일지라도 그 의미는 내가 부여할 수 있다. 내 일을 하면 성취감과 함께 소중한 경험이 쌓인다. 이 문장덕에 회사일을 조금 더 열심히 하다가 얼마 전 신나게 깨졌다. 열심히 그리고 재미있게 한 만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그게 뜻대로 안되니 나도 오랜만에 화가 났다. 하지만 그의 문장이 담고 있는 뜻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내 일의 의미는 내가 부여한다. 내 일을 하련다.

지름길은 없다. Sustainability, 밀도
최근 몇 해 가장 주목한 단어가 ‘지속가능성‘이다. 특히 내가 하는 행동에 관해서는 특히 그렇다. 독서가 그랬고 운동이 그랬다. 음주가 그랬고 친구관계가 그랬다. 그 정가운데를 꿰뚫는 철학이 지름길은 없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 순간에 의미를 찾고 그저 꾸준히 할 수 있을 때 지속 가능하다. 그래야 속이 꽉 찬 활엽수의 기둥 속처럼 밀도 있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젊음은 주어진다, 늙음은 이루어진다.
군 시절부터 멋지게 늙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 눈웃음이 되게 보기 좋았던 고등학교 때 친구 놈처럼 멋진 눈가주름으르 가진 백발의 아저씨가 되고 싶었다. 그에 어울리는 멋진 품성도 가지고 싶었다. TV에나와 뾰족 한말들을 쏟아내는 상대와 우아하게 토론하는 저 아저씨처럼.
젊음이 달아나는 게 사실 두렵다. 하지만 이제는 늙음을 이뤄내기 위해 전력을 다할 시기라는 걸 생각하게 되었다. 젊은은 주어지고 늙음은 이루어지는데 거기에 필요한 것이 ‘세월에 섞을 마법‘ 이란다. 읽는 글과 쓰는 문장들이 멋진 마법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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