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의 삶은 어디서부터 꼬였는가. 기찻길에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울부짖는 그를 보며 어떤 사연이 그를 저렇게 슬프게 했는지 궁금했다. 사진기 씬에서 보이는 그를 보며 세상에 불만을 갖고서는 영호가 무능력해보이고 한심해보였다. 모든 것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고는 그 문제를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서 찾아 복수하려는 마음이 무책임해보였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야 알게 되었지만 영호가 죽어가는 순임에게 박하사탕을 들고 찾아가 이야기를 하는 장면은 자신의 잃어버린 순수함을 찾고자 하는 장면으로 보였다. 그는 군대에서 끌려가던 그날 밤 박하사탕을 잃어버리면서 그의 순수함도 같이 날아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가슴이 먹먹하다. 이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영호 외에도 수없이 많을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그 시절 군 생..
막동이는 왜 배태곤을 위해 김양길을 죽였는가. 갓 전역한 막동이의 모습을 보며 저시절 20대나 우리시대 20대나 비슷한 생각과 고민을 갖고 있다는 점에 놀랐다. 지금 20대들만 대입에 찌들고 성적에 치여살며 꿈없이 살아온 줄 알았는데 90년대 막동이도 우리랑 크게 다르지 않은 꿈없는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에게 주어진 미애 라는 모티브가 그의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은것처럼 우리도 작은 사건들로 인생이 휩쓸리는 그런 삶을 살고 있다는 공통점이 스토리에 몰입하게 할 수 있게 해주었다. 막동이는 배태곤에게 어떠한 감정을 느꼈을지 생각해본다. 배태곤은 스물여섯 막동이가 보기에 모든 것을 가진 롤모델이었을 것이다. 그가좋아하는 여자, 돈, 권력 게다가 배태곤은 막동이를 친밀하게 대해준다. 막동이는 의..
사람은 무엇이 무서운가. 강도가 했던 행동들을 보며 미루어 짐작할 때 사람은 무엇을 가장 고통스러워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강도 자신은 30년간 살아오면서 외로움에 익숙해 왔던 것으로 보였다. 그는 청계천 공구상가 채무자들에게는 악마였지만 스스로는 그저 일을 하는 기계일 뿐이었다. 그들이 느낄 공포감과는 관계없이 그는 주어진 일을 수행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악마가 되어가고 있었다. 청계천 상인들이 상해를 입으며 했던 말들은 사람들이 어떤 것을 두려워하는지 보여주었다. 손을 잘리며 육체적 고통을 무서워했고, 그 육체적 고통보다 어머니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을 고통스러워했다. 엄마는 자신이 죽는 것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을 너무나도 고통스러워했다. 강도는 별 거리낌 없이 채무자들의 팔을 자르고, 다..
누가죽였지 - LJ 나는 왜 시를 쓰려 하는가 한 아이의 생명을 앗아갔다우리는 돈 삼천만원을 주고 피해자 가족과 합의를 한다정녕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가정녕 그것만으로 죽은자의 아픔이 치유되는가 삶의 마지막까지저들은 욕망의 노예로 살아가는가나이어린 내 손주나인생 살만큼 산 저 노인이나그들에게 여자는 한낱 노리개에 불과한가 시를 사랑한다던 저 남자는시를 빙자한 음담패설만 늘어놓는다나의 보물은 그의 입에서 하찮아진다 나는 기억을 잃어간다어느새 나는 내가 아프다는 것도 잊어버린다모두들 나처럼 기억을 잃고아픈줄도 모른채 살아가겠지 이야기해 본다몸을잡고 흔들어본다기억을 끄집어낼 사진도 보여줘본다다만 메아리는 들리지 않는다 나는 시를 쓰려 한다나는 매일 주변을 탐색하고 곱씹으며 사색하고마침내 잉크방울로 적셔낸다..
Canepa Carmenere 2010 카네파 까르미네르 2010 산타헬레나와 마찬가지로 까르베네 소비뇽이 아닌 다른 품종을 맛보고 싶어 구입했다 까르미네르는 바디감이 좀 덜한 품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전문비평가가 아니니까정확한 분석이 아닐 수 있다. 까르미네르품종과 까베네 소비뇽 품종의 중간쯤에 멜롯이 위치한다고 나는 정리했다. 이말인즉슨 고급스러우면서도 바디감이 좀 떨어지는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 카네파라는 뜻이다. 이역시 이마트 직원의 칠레산 와인 추천으로 구입하게 되었으며 가격은 10000정도로 매우저렴해서 부담없이 마실 수 있다. 까네파(카네파) 는 싸지만 싼티나지않는 괜찮은 와인이었다. 별점 3.8/5.0
수업이없는날이라 조조로 남영동 1985라는 영화를 보았다. 이땅에 수많은 민주화투쟁 열사가 계신줄은 알았지만 그들이 어떤고통을 받았는지 어떤식으로 고문받고 인권을 유린당했는지 말로 들었던 것보다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다. 고문기술자 이근안이 목사가되었다는 뉴스를 보았을때 별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내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영화 밀양 속 전도연이 유괴범을 보았을때 감정이랑 비슷했을까. 얼마전까지 국회의원으로 또 장관으로 계셨던 그분이 어떤삶을 살았는지 보고나니 마음한켠이 숙연해졌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당시 고문피해자들의 영상이 나올때 정말 오랜만에 눈물이 한줄 흘러내리는걸 느꼈다. 내가누리는 이 자유. 이 사회가 어떤사람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졌는지 피부로 와닿는 영화였다. 내친구들 동기들 선후배들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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