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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한편에 앉아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 새삼 이런 여유가 언제였는지 감상에 젖어 블로그에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기까지 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게 2013년 6월, 만 10년을 꼬박 채웠네.
한 단계 나아가고자 옮긴 현 직장에서는 이렇게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던가? 생각해 보니 물리적인 시간은 분명 있었다.
다만 이 곳은 마음을 가두는 여러 제약들이 존재했다. 예를 들면 인터넷에 글을 쓰면 안 된다는 제약이라던가, 슬리퍼를 신으면 안 된다는 제약 같은 것들. 여러 제약 때문에 시간이 있어도 마음이 불편했던 그런 시간은 분명 있었다.
Private 한 공간에서 정말로 여유 있게 시간을 보냈던 건 Henkel에서의 인턴 때가 생각난다.
인턴이라 일다운 일이 주어지지도 않았거니와, 연말연시 기간에 휴가들 보내시느라 많이 자리를 비우셨을 때 나는 정말 정신과 시간의 방에 들어간 듯한 매우 여유롭고 지루한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그때 개차반처럼 놀다가 사고도 몇 번 쳤지만, 나름 재미있었던 시간으로 남아있다.
지금 여기 프랑크푸르트에 한 책상에 앉아서 끝판왕 여유를 부리고 있자니, 지난 몇달간 지독히도 바쁘게 지냈던 날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래, 이런 시간 보낼 자격 있어.
한켠으로 분명 J였던 내 성격이 언제부터 P로 바뀌었는지도 성찰하게 된다. 매 삶이 내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도 않고, 또 계획을 세울 만큼 여유롭지도 않은 형편에 무슨 계획을 세운단 말인가. 여기 와서 가만히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계획을 세우고 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주말을 어떻게 보낼지, 낮시간을 어떻게 채울지. 가고 싶은 곳 가볼 만한 곳은 어디가 있는지 탐색하고 생각해 보고, 참 좋다.
이따 한시간뒤에 오늘 오픈을 축하하겠다며 가볍게 한잔 하는 모임에 초대를 받았다. 내 마음을 온전히 외국어로 표현할 정도의 외국어 실력은 아니지만, 나에게 오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피하지 않고 온몸으로 맞아보련다.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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