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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순환 vicious cycle

상훈의 마음을 바꾸게 한 순간은 아버지를 때리는 모습을 조카에게 보여주었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스스로 자기 아버지 같은 사람은 되기 싫었을 것이다. 내가하는 행동이 또 다른 나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더라면 죽기 전까지 자신의 행동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상상도 못한 채 하루하루 그저 분노를 표출하며 살았을 것이다.

상훈은 자기 아버지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 있는 사람이다. 친동생이 죽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보았으며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마저 잃었다. 그에게 남은 가족은 배다른 누나와 그 조카, 아이러니하게도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아버지도 그의 가족이다. 같이 일하는 그의 친구는 고아인 자신을 보며 그래도 아버지가 있는 것이 부럽다고 이야기하지만 이런 말조차 상훈에겐 거슬린다. 많은 이 들이 아버지를 닮아가듯 군대를 다녀오고 나를 돌아보니 아버지를 꼭 닮아가는 나를 발견했다. 내가 싫어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닮아있을까 어머니는 걱정스런 염려의 말을 해주신다. 상훈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데도 익숙하지 않다. 그저 화를 폭력으로 풀어낼 뿐이다. 스스로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있었던 것처럼 그에게는 조카의 눈빛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작용했을 것이다.

많은 가정들이 이런 대물림을 겪고 있다. 할아버지와 소통을 겪어보지 못한 나의 아버지는 일에 치여 산다는 이유로 아들인 나와 소통 없20여년을 지내왔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대한민국 청년들은 군대 훈련소에서 어버이 은혜를 듣고 나서야 아버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된다. 너무도 꼭 닮은 나를 발견하고는 좌절하기 도하고 신기해하기도 한다. 많은 다큐멘터리에서 이야기한다. 폭력은 대물림된다고. 폭력을 보고자란 아이들은 무의식속에 그 습관을 몸에 익히고 성인이 되어서는 술김에 혹은 홧김에 아버지의 행동들을 재연하고 만다.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연희의집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월남전에 참전했었다는 그녀의 아버지는 죽은 부인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으며 심지어 가족들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결국엔 칼을 들고 딸을 위협하기도 한다. 그녀의 아버지의 폭력성은 아들 영재에게 그대로 대물림되어 아이러니하게도 상훈의 밑에서 일을 하게 된. 아직 어린 영재는 아직 내적 고민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영화 속 영재가 겪는 시기는 아마 비뚤어진 그를 되돌려놓을 마지막 기회였는지도 모른다.

연희와 상훈은 서로의 고통을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느낌만으로 서로의 아픔을 인지하고 있었다. 서로의 상처로 힘겨워할 때 그들은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준다. 말하는 모습은 싸우는 것인지 구별이 되지 않지만 말이다. 그들이 험한 말욕을 해가며 서로를 보듬는 것은 그들의 장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부모에게 사회에게 배운 것이 그뿐이라 그렇게 밖에 하지 못하는 것이다.

매일 같이 일을 나가던 영재의 친구가 오늘 일을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슬픈 결말을 예감했다. 영재는 아버지와 세상에서 받은 화와 분노를 상훈에게 풀어 버리려 했다. 그 행동은 그의 누나힘들게 했상훈의 가족들슬프게 한. 하지만 이 또한 상훈에게 배운 것이기 때문에 상훈의 업보라고 볼 수 도 있겠다. 영재는 언젠가는 또 다른 영재를 만들어낼 것이고 이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이 고리를 끊기 위해 이제 나라가 신경써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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