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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두를 성폭행범으로 감옥에 넣은 것은 누구인가.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종두는 성폭행범이 아니고 진정으로 공주를 사랑했던 남자인 것을 알 것이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종두는 영화 속 세상처럼 꼼짝못하고 성폭행범으로 몰려서 감옥살이를 하고 있을 것이다. 왜 이런 오해들이 당연하게 일어나야하는지 생각 해 보았다.

종두를 성폭행범으로 몰아넣은 것은 바로 나의 잘못된 선입견이다. 한번도 사회적 약자인 뇌성마비 장애인에게 관심을 가져 본 적 없고, 그들이 어떤생각을 하는지 어떤 욕구를 갖고 살아가는지 알아본 적 없기 때문에 그들에 대하여 아는 것이 사실 없다. 막연하게나마 사회적으로 접했던 사건사고 소식 중 성폭행당한 장애여성을 보았기 때문에 나는 그 프레임속에 종두와 공주를 넣고 판단한 것이다. 내가 그들이 서로 사랑하고 아낄수 있다는 점을 알았다면 이러한 오해는 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이 영화가 나에게 던져준 가장 큰 메시지는 내가 1인칭으로 경험해보지 못한 그들의 삶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공주가 오아시스를 꿈꾸며 긴 시간을 살아오는 동안 그녀에게도 꿈이 생겼고 그것을 함께 이룰 사람이 필요했을 것이다. 많은 사회복지사들이 전문적으로 그들의 삶을 공부할 테지만 직접 맞대고 살아갈 우리들에게도 그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감옥 에서 갓 출소한 종두는 가족들에게 냉대 받는다. 그의 순수한 마음은 가족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존재일 뿐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종두가 감옥을 간 것은 그의 형을 대신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형은 그래서 종두의 존재를 잊고 싶기도 하고 죄책감에 그를 챙겨야하기도 하는 이중적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그렇다면 종두가 냉대받는 현실은 누가 만든것인가. 추운겨울 여름옷차림으로 도심을 서성거리는 그는 왜 화조차 내지 않는 것일까. 바보같은 종두의 모습은 무식하게 순수한 요즘사람들을 표현하는 것 같기도 하다.

뇌성마비 공주는 가족들에게 하나의 짐 취급을 받는다. 나라의 감시가 있을 때만 집으로 데려와서 숙제검사하듯이 확인을 받아 두고는 다시 혼자 지내도록 방치해버린다. 그녀를 위해 가족들이 한 일이라고는 옆집 사람들에게 20만원을 주고 돌봐달라고 시킨 것 뿐이다. 그녀는 집안에서 거울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한다. 손짓만으로 밝은 빛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며 빛을 동경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갖혀있는 그녀의 삶을 열어준 유일한 존재가 종두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주에게 꽃을 선물하고 나서 그녀의 몸을 탐하는 종두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분노했다. 색안경을 쓴 나의 눈에는 그저 겁탈당하는 한 장애여성으로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들의 사랑은 다른사람들 눈에 좋게 보이기 힘들었다. 휠체어에 태워 종두의 가족들에게 데려가자 그녀는 같이 사진조차 찍지 못하는 취급을 받는다. 보호받고 지켜져야 할 사랑을 나누는 시간은 공주의 가족들에게 침범당하고 범죄자취급을 받게 된다. 그들이 서로를 찾은 것은 더럽고 각박한 세상속에서 마음의 안식을 찾을 오아시스를 찾은 것과 같아서 오아시스라는 제목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영화포스터에 사랑! 해보셨습니까?”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우리들중 대부분은 순수한 사랑은커녕 어줍잖은 맞선 놀이를 대학에 와서부터 시작한다. 학벌 집안 명품가방들로 서로를 판단하는 자본주의식 키재기 놀이를 하는 우리들에게 종두와 공주의 사랑은 정말 순수하다는 점에서 부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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