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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왜 하나님이 먼저 용서를 해주었나

이 영화 장면들 중 제일 가슴깊이 남은 장면이 제목처럼 전도연이 감옥에 찾아갔는데 유괴범이 이미 하나님께 용서받았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나는 기독교를 믿지 않으며 어떠한 종교도 갖고 있지 않다. 나약한 그녀가 기댈 곳은 유일한 구원자 예수라고 생각했을 것이며 이 장면에서 그녀는 커다란 배신감을 선물받았을 것이다. 그녀는 처음부터 그를 용서할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다만 막연하게 기댈 수 있는 신이 그렇게 시켰기 때문에 그러한 행동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신은 너무도 공평한 나머지 범죄자마저 용서해주고 말았다. 그녀에게 이 순간 신은 진실을 찾아줄 것이라 찾아간 법원에서 억울한 판결을 해준 판사 같은 존재로 느껴지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마지막장면 그녀는 머리카락을 자르고 싶어서 미용실에 간다. 그곳에서 준을 잃었을 때 만난 여학생을 만나게 된다. 이것은 준을 잃어버린 슬픔에서 헤어날 수 없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스스로 자기 머리카락을 잘라버리고 그것은 흙으로 돌아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머리카락이 자라나듯이 준을 잃어버린 기억과 여러 가지 행복했던 기억들은 자라날 테지만 스스로 그 기억을 지워나가려는 그녀의 의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남에게 잘라달라 부탁했다가 자신이 스스로 자르는 모습은 신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이기도 한다.

영화 속 송강호는 첫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그녀를 지지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는 전도연이 준을 납치했단 연락을 받고 힘들어할 때 도움이 되어주지 못한다. 그 순간 그는 노래방기기를 켜놓고 혼자 노래를 부르고 있었기 때문에 전도연은 그가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작 중요한 순간에 사람은 결국 홀로남게 된다. 풍요롭고 행복한 시간들에는 항상 곁에 사람들이 있어서 이 장면을 빛내준다. 하지만 정말 힘겹고 절망적인 순간 인간은 혼자이다. 홀로 남아 고통을 겪는 당사자도 힘들겠지만 중요한 순간 함께 해 주지 못한 주변인의 자책감도 상당하다. 그가 그 순간 곁에 없었던 것은 인간관계의 이런 딜레마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 신애의 삶에 있어서 아들 준과 함께 했던 시간, 특히 그를 잃어버리고 고통스러워 했던 기간은 극히 짧은 시간에 불과하다. 그녀가 살아갈 대부분의 시간은 사실 준 없이 살아가야만 했을 순간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닥친 순간의 슬픔은 남은 삶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도 그러하다. 연인과의 헤어짐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준다. 보고싶은 사람을 볼 수 없다는 현실이 많은 이들을 술마시게 하고 울게 하고, 심지어 자살에 이르게 만들기도 한다. 춘향전에서 춘향이는 그와 함께한 찰나의 순간 때문에 평생을 순결을 지키며 살아온다. 사람은 미련하게도 그런 동물이다. 실제로 우리는 그렇게 살아간다. 이것 또한 냉정함을 잃은 사람의 한가지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최근 본 영화 남영동 1985를 보면 고문기술자 이근안이 영화속 인물로 표현된다. 실제 인물 이근안이 투옥생활 중 회개하고 목사가 되어 자신의 삶은 나라를 위한 삶이었다고 포장하고 다녔다고 한다. 그래서 최근 목사자격을 박탈당하고 책을 출판할 계획이라는 뉴스를 보았다. 그리스도의 하나님은 왜 모든 사람을 용서하는가? 그리스도교의 성경에 그렇게 쓰여있기 때문이겠지만 이는 밀양이나 이근안 같은 어이없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기독교의 이런 딜레마를 잘 볼 수 있었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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